" I wanted only to try to live in accord with the promptings which came from my true self.
Why was that so very difficult?"
『데미안』을 열면 드러나는 첫 문구이다. 굳이 영어로 옮겨 놓은 것은 번역가들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 의미전달보다 좀 더 헤세의 원글에 가까운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내 욕심이다.
"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과거형의 말해주듯 이 소설은 작은 마을의 라틴어 학교를 다니던 10살의 싱클레어가 겪었던 일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1. 두 개의 세계 그리고 데미안의 등장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10살 소년이다.
그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 첫 번째 세계 – 부모님의 밝은 빛의 세계
- 도덕과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
- 종교적 가치와 깨끗한 생활
- 관용과 엄격함이 존재하는 곳
-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란 공간
● 두 번째 세계 – 어둡고 금지된 세계
- 가정부와 하층민들이 속한 세계
- 다른 냄새가 나고 다른 언어를 쓰며 다른 요구와 약속이 이루어지는 곳
- 강도, 도축장, 술주정뱅이와 그의 아내, 살인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곳
- 거칠고 흥미롭고 두렵지만 신비한 것들이 혼합된 세계
싱클레어는 처음에는 첫 번째 세계에서만 살아가지만,
어느 날 동네 불량배 프란츠 크로머에게 약점을 잡혀 협박을 당하면서
점점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때, 신비로운 전학생 막스 데미안이 등장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도와주면서도, 기존의 종교적 가치관을 흔드는 말을 한다.
"카인의 표식은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선택받은 자의 증거일 수도 있다."
데미안의 곁에서 싱클레어는 전통적인 선악 개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첫 번째 세계로 돌아가길 원하며 혼란을 겪는다.
2. 방황과 성장 – 피스토리우스와 에바 부인
시간이 지나면서 싱클레어는 점점 더 내면의 혼란과 고독에 빠진다.
술에 의지하며 방황하던 중, 우연히 본 아름다운 소녀를 단테의 신곡에 나온 베아트리체라고 부르며 동경하게 된다.
그녀를 통해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이한 새의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 데미안으로부터 회신을 받는다.
그 편지에는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 유명한 문장이 적혀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을 모두 초월한 신으로, 싱클레어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함을 의미한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라는 교회 오르간 연주자를 만나,
그로부터 아브락사스 사상과 자기 자신을 찾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결국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인물이었고,
싱클레어는 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 후,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마치 여신처럼 그를 이해하고, 그의 자아 찾기를 돕는 존재이다. 완전한 고독과 처절함을 맛본 카인의 표지를 단 사람들과의 공동체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싱클레어는 더 이상 외부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싱클레어는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두려움 없이 운명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3. 완성과 탄생 – 전쟁과 깨달음
전쟁이 발발하고, 싱클레어는 군인으로 참전한다.
전쟁 중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은 그에게 데미안이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앞으로 내가 너를 찾아오지 않겠지만, 네가 스스로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깨어난 싱클레어는 자신의 얼굴이 완벽히 데미안을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싱클레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걸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4. 『데미안』이 주는 의미
『데미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인생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자아 찾기, 기존 가치관에 대한 도전, 인간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다.
싱클레어가 겪는 두 개의 세계는 모든 인간이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또한, '아브락사스'라는 개념은 선과 악, 기존의 도덕적 경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준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아직 첫 번째 세계에 머물러 있는가?
- 아니면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데미안』은 언제나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는 1877 년 선교사인 아버지와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독일에 소재한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선교사가 되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신경쇠약등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며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했다. 헤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체험한 억압과 방황을 작품 속에 녹여냈고, 『데미안』은 바로 그런 방황의 끝에서 발견한 자아 찾기의 기록이었다. 첫 시집 낭만의 노래를 시작으로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상을 받기까지 그는 많은 시와 소설을 발표했다.
『데미안』을 읽게 되었을 때 책장을 몇 장 넘기고 나서 그토록 세심하고 오롯이 본질만을 파고드는 정확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묘사에 전율을 느꼈다. 나에게 두 번째의 세상이 생겼을 때의 그 죄책감과 왠지 모르게 고독했던 그 시절이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데미안이 소설 속 실존하는 것이 아닌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라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어느 정도의 현실 속 인물과 주인공이 그려내고 완성시킨 이미지가 섞여있다고 결론 내렸다.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때 데미안을 닮고 싶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데미안의 모습과 표정을 흉내 내었던 적이 있다.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싱클레어의 질문은 내게도 여전히 유효하다.